​"먹고 노는 궁리 중 최고는 책 감옥에 갇히는 일

‘책(冊)’

 

이 한자는 대쪽을 잘라 엮어서 만들었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물론 한자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종이가 없었고 대쪽을 엮어서 만들었던 시절이다. 오늘날과 같은 책 한권을 만들려면 엄청난 양의 대쪽 부피를 생각하면 우리가 얼마나 좋은 환경 속에 살고 있는지 감사하게 된다. 책을 읽는 것은 길을 걷는 것과 흡사하다. 지루하고 따분하다. 단맛은 없고 쓴맛 신맛만 있다. 손에 잡히는 것도 뚜렷한 열매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길을 걸으면 몸이 단단해지고 강건해진다. 그러니 활력이 넘친다. 책을 읽으면 여지없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길을 걷는 것은 책 없이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읽기는 책 없는 책을 읽으며 길을 걷는 것이다. 여러분이 무엇이 되고자 욕망한다면 길을 걸어라. 길을 걷는 것은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이다. 포드가 말했듯 도끼질을 하면 두 번 따뜻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걷기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진리에 다가가는 가장 원초적 행위이다. 다른 어떤 행위들도 모두 가식 편견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자연만큼은 완벽한 예외다. 강은 바다와 가까워지면 폭을 넓힌다. 진리의 바다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독서와 걷기를 지속적으로 하면 그만큼 지혜의 바다에 이르는 폭은 넓어진다. 나의 경우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독서량이 많지 않다. 한 해 평균 30여권쯤 읽는다.

 

  평균 2주에 한권 읽는 셈이다. 글을 쓰는 사람치고는 적은 독서량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읽느냐에 방점을 찍는다. 가능하면 작가의 마음속으로 한 발짝이라도 다가가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속 깊게 읽는다. 밑줄을 긋고 필사하고 좋은 문장과 내용은 별도의 메모지에 적어 외며 블로그에 올리는 등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한다. 그러니 속도가 날 수 없다.

돌솔 이응석(gulmyeon@@hamail.net)

걷기를 하면 이 세계에 대한 모든 물음과 모든 철학적사고가 담긴다. 모든 철학은 길이 잉태한 자식이다. 길에서 사상과 철학이 튀어나온다. 길에서 문리가 트이고 진리가 싹튼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소요학파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모든 국가들이 발전의 수순을 밟았듯 문화발달 과정도 단계가 있다. 국민소득 만 달러 때 마라톤이 유행하고 2만 달러쯤일 때 자전거 인구가 늘어난다. 2만 달러를 지나면 걷기가 대세가 된다. 이것은 선진국이 거쳐 간 공통된 흐름이다. 그 문화수준에서 한 단계 높여주는 것이 독서다.

 

  독서는 한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름하는 결정적 기준이다. 국민소득이 높아져도 문화의식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2만 달러 중반에서 십년이상 제자리걸음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규모 도서관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며 기대를 부풀게 한다.

 

  우리성동구에서 선, 점, 면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뭉친 것은 놀랍고 신나는 일이다. 아무쪼록 이런 일들이 계기가 되어 독서인구가 요원의 불길처럼 번졌으면 좋겠다. 나는 글 자료와 아이디어를 주로 길 위에서 얻는다. 난 일 년의 삼분의 일을 길 위에서 보낸다. 길 위가 일터며 노는 장소다. 길을 걷는 매력은 그 곳에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걷는 것은 매일 출근하는 것보다 더 큰 수입을 안긴다. 왜냐하면 그곳에 모든 건강과 학문의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맞다. 책은 잠자고 있는 생각을 쪼개고 골수를 쪼개는 도끼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바다다. 너른 바다에서 한 줄의 글 아니 한 개의 어휘라도 건져야 한다. 바다는 폭을 넓힌 강을 순순히 받아주지 않는다. 몇 번이고 써레질 한 후 받아준다. 지식의 바다에 다가가는 책읽기도 같은 절차를 밟는다. 너른 품의 바다도 요식행위이긴 하지만 훈련이 잘된 강인지 테스트 후 받는다.

 

향기는 비에 젖지 않는다. 책을 읽는 사람은 그만의 고유의 향기를 풍긴다. 그 향기는 비가와도 씻기지 않으며 바람이 불어도 달아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인향(人香)이다. 화향(花香)은 천리지만 인향은 만리(萬里)다. 생각을 키우는 데는 걷기와 책읽기를 따를 수 없다. 특별한 경우를 빼면 무리지어 걷기나 무리지어 책읽기는 좋은 조건이 되지 못한다.

 

  마음과 주변의 고요가 최고의 전제조건이 된다. 고요는 새벽의 고요가 좋다. 새벽 3시부터 동틀 무렵까지 서너 시간이 최고다. 그 시간은 만물이 약동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때문에 잠자던 에너지가 꿈틀댄다. 모든 정기가 모이며 분출된다. 새벽 한 시간은 낮 세 시간과 맞먹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우리는 세 개의 사과와 세 개의 도끼에 주목해야 한다. 세 개의 사과란 첫째는 아담과 이브의 사과요 둘째는 뉴턴의 사과고 세 번째는 스티브잡스의 사과다. 세 개의 도끼 중 첫 번째는 포드의 도끼며 두 번째는 나무꾼의 도끼이고 세 번째는 ‘책은 도끼다’의 그 도끼다. 이 모두는 책읽기로 그 완성에 접근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지는 자발적 불행이다. 아는데 용감해야 한다. 책은 힘이며 카리스마다. 책은 지식을 용해 해 놓은 용광로다. 책읽기는 그 힘을 뽑아내는 큰 그릇이다. 나는 특이한 경제관을 갖고 있다. 전철 속 독서인구 50%가 돼야 국민소독 5만 달러가 된다고 보는 사람이다. 스마트 폰 묵념 족이 95%가 넘는다. 이 숫자가 책 묵념 족으로 바뀌어야 경제도 문화도 제대로 돌아간다고 보는 사람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기왕에 하는 로또복권, 경마, 경정, 경륜, 빠찡코 같은 요행이나 사행심을 부추기는 일 보다는 정부주도로 독서복권을 만들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왜 만들지 못할까 안타깝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담고 살아가는지 답답하다. 그래도 근래의 희망적인 현상은 작은 책방의 파급속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웃일본은 독서 열풍이 잦아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간극이 크게 벌어졌었는데 그들을 넘볼 기회가 온 것 같아 가슴이 뜨겁다. 그들을 넘어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돈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다. 그러나 돈 밖에 모르는 사람은 더 가난하다. 책이 없는 사람은 가난하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더 가난하다. 독서하기엔 감옥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들 얘기한다. 물론 핑계지만 나도 한 때 책을 읽고 싶어 ‘감옥에나 갈까’ ‘머리를 깎을까’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감옥바깥, 세속은 웬만한 인내가 아니면 책 한 줄 읽기가 쉽지 않다. 방해조건이 워낙 많아서다. 감옥은 책읽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외롭다. 조용하다. 세상 시끄러운 소리와 담을 쌓았다. 이 보다 더 좋은 책읽기 조건은 없다. 그렇다고 사고치고 감옥에 갈수는 없지 않은가.

 

  그와 비슷한 조건으로는 외롭고 지루한 길 걷기가 있다. 외롭고 지루한 길이란 볼 게 적고 단순한 길을 일컬음이다. 6대강 자전거길이 그 조건에 딱 맞다. 걸으면 뇌신경 성장인자(BDNF)인 뇌 안의 단백질이 콸콸 나온다. 걸으며 공부를 하면 머리에 쏙쏙 들어간다. 건망증이나 치매 같은 노인질환은 아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디어가 수없이 많은 술 빵 구멍 같은 곳에서 앞 다투어 나온다. 책은 지식의 용광로다. 그곳에서 필요한 것을 골라내어 제련 정제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몫이다. 여름휴가가 코앞에 다가왔다. 먹고 노는 궁리 중에 최고는 책의 감옥에 갇히는 궁리다. 올 여름 인생최고의 책 감옥에 갇히는 휴가를 준비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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