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브랜드의 가치가 오래 지속되려면?

 

-가치들이 꾸준히 생산되고 향유되는 공동체가 기반이 되어야

  한 때 지역 브랜딩은 마케팅의 관점에서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많이 다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 경우도 상당수 있기에 이러한 접근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 말하기 어렵다. 뉴욕의 사례가 그러했고, 호주의 시드니, 영국의 런던과 같은 도시들이 경쟁력 제고와 지역의 자산을 이용한 이미지 제고에 도시 브랜딩 관점을 적극 활용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성동구와 성수동을 마케팅 한다고 생각해보자.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그 메시지가 매력적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성수동은 전국적으로도 핫 플레이스로 언급되고 있는, 흔히 뜨고 있는 지역이고 수제화를 비롯한 매력적인 자원을 갖고 있기에 분명 이야깃거리가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속적으로 이러한 가치들이 재생산되고, 전달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굳이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가슴 아픈 상황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한 때 뜨는 지역들이 매력을 잃고 쇠퇴하는 경우는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도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시나 군이 80여 개를 넘어선다. 이들 지역은 20~39세 인구 비중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의 절반이 안 되는 지역으로 쉽게 말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이다. 필자가 로컬브랜드 컨셉을 잡는 과정에 참여한 의성군의 경우도 지자체 내에 산부인과 병원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서울의 한 복판에 있는 성수동이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지역과 같이 빨리 쇠퇴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지금 만들어가 성수동이라는 지역, 성수동이라는 로컬브랜드의가치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지역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동안 필자가 속한 모라비안이라는 기업은 100여 개가 넘는 브랜드를 컨설팅해 왔다. 이름난 브랜드도 상당수 있었고, 간혹 몇몇 브랜드는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브랜드가 성공하고, 어떤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일까? 여러 브랜드들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은 좋은 브랜드는 좋은 공동체가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 브랜드는 공동체다. 그러기에 브랜딩, 즉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지역브랜드, 다른 말로 로컬브랜드를 만들어 가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우리 지역의 브랜드가 꿈꾸는 가치들이 지역 내에서 재생산될 수 있도록, 그리고 소비되고, 향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우리 지역의 제품을 많이 판매하거나 관광객을 많이 모으거나 하는 경쟁적 접근은 건강한 로컬브랜드를 만들어가지 못한다. 또한 지속가능하게 지역의 가치를 재생산・재창출하여 전달하는 경쟁력 있고 영속하는 로컬 브랜드가 되지 못할 것이다.

  공동체 관점에서 일본의 로컬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일본의 요괴마을 사카이미나토 시는 일본의 유명한 요괴만화 거장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요괴마을로 불릴 정도로 잘 알려져 있고,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초기에는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지역을 알릴 소재를 찾던 중 지역 출신의 작가가 유명한 요괴만화의 작가임을 알게 되고, 이를 활용하기로 해 거리의 조형물에 요괴를 이용한 조형물들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불경스럽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불만들을 토로했으며, 특히 반대를 심하게 하던 일부 주민들이 조형물을 부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언론에서 이 사건을 크게 다루게 되고 아이러니하게 이로 인해 지역에 관광객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자발적인 참여가 일어나고 주민조직이 잘 형성되어 관광객, 주민, 지역의 상인, 요괴만화의 원작가, 지역의 공무원 등이 이 마을의 컨셉과 스토리에 공감하는 로컬 브랜드 공동체로 성장하게 되었다. 사실 외부적 요인(관광객의 유입)에 의해 성공한 스토리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주민들을 설득하고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노력한 지역의 한 공무원이 했던 부단한 노력이 없었으면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단순히 거리 조형물만 바꾸는 공공 차원의 컨텐츠 생산뿐만아니라 카페와 음식점의 메뉴가 요괴와 관련된 것들이 만들어지고, 주민들이 요괴 탈을 쓰고 거리를 누비는 등 다양한 주체들이 요괴마을이라는 실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온천으로 최근 유명한 유후인도 로컬 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유후인은 그 규모나 관광자원 측면에서 일본의 유명한 온천 관광지와 비교해 큰 매력이 있는 지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찌감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임에서 마을 청년들을 해외에 연수 보내고, 마을의 컨셉과 발전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마을은 굉장히 세분화되고 경쟁력 있는 마을의 컨셉과 전략 방향을 찾게 되고, 최근에는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온천 관광지로 손꼽히게 되었다.

 

  만약 여러분들이 도시브랜드(로컬브랜드)가 큰 도시, 화려한 도시에서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해를 푸셔도 된다.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마음과 방향으로 모아서 그 방향으로 실제 도시(로컬)공간을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성수동이 성동구가 그러한 로컬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정의홍 (모라비안프라트룸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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