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서도 다시 또, 그림책

가을을 맞아 특별한 그림책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요즘 어른에게도 그림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지요. 여기 당신을 위한 그림책 두권을 만나보세요.

 

<연남천 풀다발> 글그림 전소영, 달그림

 

“모든 것은 가을로부터 시작되었다.”

무슨 책을 고를까 고민고민하다 첫 장부터 바람에 날리는 홀씨를 두고 가을을 말하는 이 책 <연남천 풀다발>을 첫 그림책으로 정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아름다운 표지 그림에 바로 눈길을 뺏겼습니다. 책을 펼쳤을 때 은은한 풀 색깔로 펼쳐지는 면지와, 실제본을 드러낸 표지 속 책등에 들에서 저마다 자라나는 풀들의 자유로운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여기에 마음을 또 뺏겼습니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니 친정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신 아버지는 야생화 촬영이 취미이십니다. 가끔 친정에 내려가면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갑니다. 처음에는 부상도 마다않고 야생화를 찾아다니는 아버지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묵묵히 산길을 걷다보면 꽃들은 정말 아무도 못 찾을 법한 곳에 꼭꼭 숨어있기도, 하고 거짓말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꽃들이 찻길 가로 만개해 있기도 합니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남보다 더 잘나기 위해 애쓰지 않는 자기 자신만의 삶을, 작은 풀꽃들은 누구보다 잘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언제나 똑같은 계절은 없다.

반복되는 일에도 매번 최선을 다한다.”

40년 가까이 국어 한과목만 가르치시는 아버지. 더 이상 배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을 것 같은데도 매년 아버지께서는 책을 들고 공부를 하십니다. 책을 덮고 나니 아버지께서는 본인이 열심히 카메라에 담으시던 그 꽃들과 참 닮으셨습니다. 아니 우리 모두, 이 책에 담긴 풀의 삶 한 장을 살아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입니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이 책의 어디 즈음을 살고 있는지 읽어나가 보세요. 지금이 잎을 떨구는 겨울일지라도 이 책을 알려줍니다. 묵묵히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봄은 ‘다시 또’ 찾아온다고요.

<깎은 손톱> 글 정미진 그림 김금복, 엣눈북스

 

  첫 아이의 손톱을 자르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너무나 부드럽고 작아 차마 손톱깎이도 쓰지 못해 가위로 조심조심 자르던 손톱. 그 아이의 손톱도 이제는 제법 단단해져서 손톱깎이가 없으면 자르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 책에서는 손톱을 통해 시간과 세월의 흐름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첫 경험을 하고 힘든 순간을 보내고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겪어내는 동안 손톱은 함께 자라납니다. 그리고 많이 자라났다 싶으면 이내 또각또각, 우리는 손톱깎이를 들어 깎아내지요. 이 그림책에는 세 장소의 다섯 사람의 손이 나옵니다. 아직 앳된 소녀의 손, 할아버지의 손을 잡은 할머니의 손, 엄마와 아기의 손. 책은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보여줍니다.

  첫사랑을 하고 있는 소녀, 삶의 끝자락을 함께 지나고 있는 노부부, 첫 아기를 만나는 엄마의 이야기는 공통된 뼈대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마냥 즐거운 순간, 아픔이 찾아오는 순간,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합니다. 첫 이별에 고통스러워하고, 삶의 단짝을 애통하게 떠나보내고, 아이의 첫 열감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밤을 지새우는 동안 손톱은 자라납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묵묵히 자라나는 손톱은, 사건의 희비와 상관없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편지 위에 마지막 손톱이 놓인 모습과 아기의 첫 손톱이 귀여운 상자에 담겨 있는 모습으로 책은 끝납니다. 가만히 오늘의 내 손톱을 들여다보며 생각해보세요. 그 손톱들은 당신의 어떤 삶을 함께 했나요?

​곽설미 편집위원(서울숲옆다루작은도서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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