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

새들의 아침 기상 시간은 대체로 4시 50분에서 5시 전후이다.
잠에서 깬 새들의 대화 소리는 늘 일정한 박자와 소리를 가지고 있어
나름 추측해서 해석해 보면,
'잘 잤니? 나도 잘 잤어, 오늘 아침 식사는 어디 가서 할까?'
'어제 아침에 갔던 나무에 벌레 많더라, 오늘도 거기 한 번 더 갈까?' '그래 좋아' ㅋㅋ


오늘 아침엔 뻐꾹새도 운다. 5월이니까.

 

 

 

 

 

 

 

 

 

 

 

 

 

 

일어나자마자 텃밭으로 나가 아침거리를 장만하러 나간다.
미나리 새 순, 민들레 새 순, 부추, 오가피잎, 쑥순, 당근잎, 페퍼민트잎... 각각 몇 잎씩만 따도
바가지로 그득, 샐러드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가 된다.
글만 보면 이런 생활이 로망인 사람도 있겠지만, 실은 아침에 일어나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어서이기도 하다. 
더 이상 사회적인 일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인  퇴직. 


그래도 퇴직 전에 나름대로 이런저런 준비를 했었다.
다양한 종류의 악기를 배우고, 글도 쓰고, 여행도 하고, 등산도 하고, 좋은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사람 관리도.
그런데 이런 것들은  취미생활일 뿐, 사회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성공적인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사례들을 찾아 보고, 그 중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성공적인 은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요인들은 전문적인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이고
그런 특성만이 양질의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일반의 보통 사람들이 퇴직 후에 할 만한 일은 없다.


일을 그만 두고 많은 모색 끝에, 일단 제주로 생활 환경을 바꿔서 그 곳에서 뭔가 방법을 찾아 보기로 했다.
운 좋게 제주의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직전에 내려와 허름한 농가 주택을 한 채 사서 그 곳에서
나의 전원 생활이 시작되기는 했다.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만 돈 주고 의뢰하고, 페인트칠이며 바닥 장판,

전등 달기, 주먹구구식 목공 실력으로 소소한 수리들까지 직접 했다.

 

거기다 텃밭을 가꾸고, 꽃과 나무를 심고, 텃밭에서  청정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는 생활,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맑고 푸른 바다를 날마다 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을 뿐이다.

 

성공적이라 평가되는 은퇴 후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보며,  이제는 그런 것들을 시도해 볼 용기조차도 생기지 않는

나이, 60대 후반. 그렇다면 더더욱 쓸 일 없을 것 같은 나머지 인생은 또 어떻게 살아내야 할 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60대 후반인 여자 사람의 삶은 희망보다는 좌절에 가까운 감정에 싸여 살아간다.
목표를 정하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일이 없다. 목표가 있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정해져 있는 젊은 삶과
다른 점이다.

젊은 날이 주는 삶의 무거운 무게를 벗어나니,  인생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가지고 있던 게 떠났으면

가벼워져야 할텐데

 

꿈 없이 사는 일이

아주 무거워

 

꿈이 떠나서

몸이 무거워"

                    

  ㅡ김선우의 시 '어떤 비 오는 날' 중에서 발췌

 

​이선희/ 성수동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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