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베란다 인더스트리얼 라이브 아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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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란다 인더스트리얼은 쉽게 문을 열지 않던 곳이다. 작업실로 쓰이는 공간이니 당연한 일인지 몰랐다. 그곳에서 ‘LIVE ART EXHIBITION'이 열렸다. 라이브 공연, 실황 중계. 완성된 작품을 건 전시실이 아니었다. 작가들은 자신의 창작 행위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작가 스스로가 전시된 것과 다름없었다.

  일곱 명의 작가는 각자의 벽과 공간을 할당받았다. 부처님을 그린 탱화는 스태인드 글라스처럼 창가에 걸렸다. 2미터가 넘는 큰 창이었다. 햇살이 부처의 후광이 되어주었다. 타투이스트는 시술을 위한 침대를 갖다 놓은 구석에 있었다. 그의 ‘예술행위’는 곧 ‘의료법 위반’이기도 하므로, 언제 경찰이 급습할지도 모른다고 예술가들은 농을 주고받았다. 판옵티콘처럼, 중앙에 서서 한 바퀴를 돌면 작가들이 모두 보였다. 어쩌면 예술작품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예술의 본령이거나 본질에 가까울 것. 라이브아트전시는 날 것 그대로의 예술적 긴장과 힘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작품을 들여보았다.

 

김정한[베란다인더스트리얼 대표. 스크류 아티스트]

"전시장엔 소음이 지속적으로 들려왔다. 전동드라이버로 나사를 나무판에 꽂아 넣는 소리였다. 크기는 다양하지만 금, 은, 동, 검정 그리고 무광과 유광만으로는 그는 회화와 조각의 중간쯤 되는 작품을 만든다. 웬만한 작품엔 나사못이 4만 개 쯤 박힌단다. “예술을 한다는 거요? 나는 그 안에서 모든 생각을 해요. 일상의 생활에서는 바빠서 들지 않던 생각들이, 이 반복 작업 속에서는 나오거든요.” <죽음의 키스> 작품을 할 때, 마릴린 먼로 입술색, 즉 붉은 색이 필요했다. (그러나 붉은 색 나사못은 없었고) 그는 나사를 부러 녹슬게 했다. 유혹과 그 안의 ‘위험한 어떤 것’이 물성 자체로 표현됐다."

최시안[사진작가, 기록 담당]

"디카로 바뀌면서, 필름카메라로 찍던 시대와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옛날엔 인화하고 현상해서 앨범에 보관하고, 시시때때로 보았는데, 더 이상 우리들은 그렇게 않는다. 매번 새롭게 찍을 것들이 있으니까. 라이브아트에서, 사진은 어떤 작업이 가능할까? 최시안 작가는 ‘현장의 모습을 즉각, 그 자리에서 공유’하는 걸 택했다. 그녀가 타공판에 그 형상들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것이 픽셀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적인 동시에 디지털적인 것. 현재가 기록으로 남고, 기록이 다시 현재와 연결되는 과정. 그의 작업명은 ‘사진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였다. 그럴까? 질문하고 싶었다. 그 질문을 끌어낸 저 문장의 도발이 또하나의 예술처럼 보였다."

이용범[타투이스트]

동물들의 문신, 즉 몸의 무늬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자신을 숨겨서 위장하거나, 왜곡해 드러내 보이면서 위협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문신은 노예의 낙인으로부터 시작했고, 근현대엔 특정 계급(조폭, 깡패)의 표식이었다. 타투는 대개 혐오스러웠다. 현실적 규제도 있다. (타투를 예술로 보 여러 나라와 달리 일본과 한국은 타투를 의료법으로 금지한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문신은 새로움이다. 다른 모든 예술과 똑같이, ‘표현’이다. 타투이스트 이용범은 자신의 몸에 새긴 타투를 꺼내주었다. 타투 시술 현장도 카메라에 담도록 허용했다. 시술대상이 된 성시훈 역시 타투이스트였는데, 타투이스트들은 서로 타투를 나눈다. 타투만큼 적나라하고 인간적인 예술도 또 없는 듯했다.

최시안 작가

김상우[팝아티스트]

"그는 성실하게 직업인의 생활을 가진 적이 있다. 영상 작업을 하면서 서른 넘어까지 야근을 하고, 직장인의 점심을 먹곤 했다. 돈을 벌고 외모를 꾸미고, 노후를 대비하는 생활.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를 괴롭히는, 적어도 그 자신을 괴롭히는 수많은 문제들은 그림을 그릴 때, 스러졌다. 아니 오롯하게 선다고 해야하나? 그는 “세상은 이래야만 하는 건가?” 의문이 생겼고 자주 분노했다. 차라리 눈에 가위표를 해야하나? 그 모든 생각들의 표현이 그의 팝아트다. 그가 선택한 투쟁. 그의 몸에도 타투가 많다. 중학교 때 영화 ‘이유없는 반항’을 보고, 타투가 끌렸고, 스물 한 살 때 타투이스트에게 부탁했다. 그의 몸에는 어벤저스의 주인공들이 곳곳에 살아있다. 스파이더맨, 헐크…. 그는 평범한 사람이고, 동시에 (히어로들처럼) 비범한 사람이다. 여느 다른 사람들처럼…."

이용범 타투이스트

김상우 팝아티스트

백윤아[화가]의 작업은 ‘마음껏 낭비하는 일’이었다. 붓도 사용하지 않고, 물감도 섞지 않고, 벽에 흩뿌렸다. 벽면을 전부 칠한 다음에, 그곳에 다시 색칠도 했다. 어두운 배경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색들은 바람에 날리는 버드나무 같았다. 혹은 하늘을 향해서 승천하는 영혼의 반짝임 같았다. 생과 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든가? 차곡차곡 형태를 만들어가는 한 줄 붓으로? 아니라고 그의 뒷모습이 말했다. 짜부라진 물감들 곁으로 책이 놓여있었고, 그림을 낳은 글자도 새겨있었다. “비애와 노쇠가 드디어 그를 죽음으로 인도하며 이토록 길고 고달픈 생애를 거쳐 비로소 깨닫게 되느니라, 미궁속을 헤매왔음을… 바이런”

 

김하원[옻칠공예작가]은 옻칠을 거듭한다. 신의 혈액으로 불렸던, 그러나 이제는 '래커(lacquer)칠'이라는 값싼 화학재료에 밀려나버린, 그 얇은 막들이 파내도 될 만큼의 층을 형성한다. 그 층을 일일이 파내 홈을 만들어낸다. 홈은 이어져 형태가 된다. 거기에 은분과 금분을 채워넣는 상감 기법을 통해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어 간다. 그렇게 꼬박 1년여 넘게 세월을 쏟아 부워 만드는 작업도 있다. 함께 간 중1 아들은 그의 작품이 제일 맘에 든다고 했다.

불화 작가 이혜원. 

그의 작품도 수도승같은 절제와 집중 속에서 태어난다. 그 작품은 일단 자신의 선택이면서 선택이 아니다. 마음 가는대로 그려내는 것도, 추상적 형태로 그려내지도 아니한다. 불화(탱화)라는 전통의 테두리 안에서 내용과 형식도 정해져있다. 색을 제대로 내기위해선 긋고 말리고 긋고 말리고를 열 번쯤 해야한다. 효율과 자유와 편리를 찾는 시대엔 그런 태도가 오히려 ‘라이브 아트’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혜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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