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지라드, 고승우, 써니, 제라드 씨

INTERVIEW

월드씨티즌토크: 우리 안의 이방인

 

"들으려 하자 우리들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번 <성수동쓰다 5호>의 주제는 ‘사람 in 성수동’이었습니다. 잡지는 그 기획의 일부로 ‘우리 안의 이방인’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서울숲에 자주 나타나는 베트남 아낙들, 뚝섬구길쪽 구시가지에 사는 히잡 쓴 여인들, 성수동 어딘가에 기도하는 작은 방을 만들었다는 이슬림 신자들, 서울숲길에 아프리카 스퀘어의 그녀 자말, 성수동서 오래 목회를 해왔다는 일본인 목사님과 그의 딸…. 그들을 모두 모아 ‘마을에서의 비정상회담’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의욕만 앞섰고, 몸은 바빴고, 그런 일은 처음이었고, 폭염은 너무 뜨거웠습니다. 시간만 속절없이 흘렀습니다. 결국은 이들은 하나도 없이, 작은 공간에서 작은 자리를 하나 마련해 친구의 친구와, 혹은 친구와 짝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7월 28일 함께 한 자리는 시종 따뜻하고 유쾌했습니다.

 

 

 

 

 

 

 

 

 

 

 

 

 

 

 

 

 

  우리동네가드너’로 서울숲에서 만난 고승우 씨는 남편 리오넬 지라드와 함께 왔습니다. 프랑스 남부에서 태어나, 현재는 한국서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한다는 그의 소개는 이랬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던 동생 따라 한 번! 게임 보러 한 번! 여행으로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 

강북 살던 여자 친구의 꼬드김에도 불구하고, 한낮의 쨍한 아름다움과 놀랍도록 안전한 밤의 서울숲에 반해

이곳 성동구 뚝섬에 정착한 순수청년. 

한양대에서 한글공부하다 어느덧 매일아침 뚝섬을 지나가는 2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뚝섬주민. 

서울숲에서 산책하고, 자전거 타다, 기타 치고, 틈만 나면 테니스 치러가는 뚝섬이웃. 

서울숲에서 연애하다, 어느덧 결혼까지 한 1년차 뚝섬새신랑. 

성동구에서 해보고 싶은 일? 퇴근을 못한 남편 속을 알 수 없어서… 패스.”

  지라드의 짝 고승우 씨의 ‘꿈’은 이랬죠.

 

“성동구에 텃밭커뮤니티를 만들고, 보급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공장지대에는 옥상텃밭, 생활권 동네에는 자투리 공동텃밭을 조성하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필요한 모종과 씨앗을 생활권에서 구매할 수 있고, 건강한 삶을 배울 수 있는 아뜰리에를 경영하고 싶습니다. 

먼 미래에는 옥상이 있는 작은 건물을 사서, 조각보 커튼, 자개장식장으로 인테리어하고, 옥상 한 켠에 텃밭과 평상, 

장독대를 들여놓은 다음 게스트하우스(혹은 복합공간)에 머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불고기와 김치, 막걸리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또 한국여행의 여운을 현지에서도 재연할 수 있도록 한국음식 만들기 키트를 개발하는 문화전도사가 되고 싶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 제임스는 캐나다서 왔습니다. 자기소개 대신 그는 캐나다의 휴가(오늘의 주제였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캐나다에선 주로 자연으로 떠납니다. 광활한 숲과 까마득한 호수가 있는 땅이니까요. 애초 개척자들의 후손들이기도 하니까요. 사냥도 하는데, 때로는 사슴과 청둥오리를 잡기도 하고, 연어와 킹크랩은 밥먹듯 한다는군요. 

  그의 짝 써니(뚝도시장 뚝도작은학교서 영어동아리를 하는)는 호주에서 자랐습니다. 호주의 시드니와 멜버른은 같은 호주지만, 휴가를 즐기는 양상은 전혀 다르다 전했죠. 그건 시드니가 죄수들에 의해 세워진 곳이고, 멜버른은 그런 시드니가 싫어서 귀족들이 가서 만든 도시여서 그렇답니다. 시드니가 훨씬 더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라면, 멜버른은 더 한적하고 고풍스런 이유도 거기에 있답니다. 은퇴자가 되어버린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의 차이도 이야기해 했습니다.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시기, 돈을 많이 벌고 저축도 하고, 연금도 많이 타는 구세대는 휴가도 더 럭셔리한 것이랍니다. 호텔서 자고, 요트나 크루즈를 탄다고요. 젊은 세대는 한국과 다르지 않아서 도시 안에서 짧은 휴가를 즐기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구요. 중국 동북부 하얼빈에서 20년 넘게 산 이명림 님처럼 “어쨌든 살던 곳어 벗어나면 휴가”일 수도 있고요.

 

 

 

 

‘월드시티즌토크’로 명명한 이 작은 만남은 ‘의사소통어로서의 영어’를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자기가 가장 편한 언어로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을 누군가 번역해 줘서, 누구라도 이해를 돕자고 사전에 말했죠. 의사소통은 들으려는 마음에서 시작하더군요. 편안한 자리에서, 서로 말하고 듣고자 하면 거기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경계를 넘는 마음도 그런 것이겠다고, 우리들은 이심전심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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