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쓰다

(첫 혹은 유일) 처음, 서울숲에서의 기억처음, 서울숲에서의 기억


Love Mode_최제희 작품

 내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오롯이 혼자서 보낸 명절이 있다. 서울숲이 개장한 가을의 추석이다. 

고향이 부산인 나와 동생은 대학 진학으로 서울에서 살게 되었는데, 동생이 휴학을 했던 2005년의 추석에 나는 귀성길 차편을 구하지 못했다. 사실 의지만 있었다면 심야버스를 타고서라도 갈 수 있었을 텐데, 약간의 귀찮음과 소심한 일탈로 혼자 명절을 보내려 마음을 먹었었다. 부모님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씀을 드렸지만 마음속에는 처음 홀로 보내는 명절에 대한 설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같이 시간을 보내고자 계획했던 친구들도 추석 당일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집으로 갔고, 명절 당일엔 배달음식점이며 마트도 문을 열지 않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었는지. 짧다면 짧은 하루지만 아무 정보도 준비도 없이 맞은 추석 하루는 너무나 길고 지루했다. 게다가 차례 준비로 바쁘신 부모님과의 짧은 통화 후에는 왠지 서글프기까지 했다.

즐거울 줄 알았던 휴일이 우울해지려고 할 때 자전거를 끌고 서울숲으로 갔다. ‘동네에 멋진 공원이 있다니 얼마나 좋아! 책도 읽고 음악 들으며 그림도 그려야지‘ 했던 즐거운 나의 계획은 어마어마한 가족단위 인파를 보고 또 한번 좌절됐다. 평소에도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날의 서울숲에서 혼자 명절을 보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 보였다. 여유 있게 앉을 자리도 없을뿐더러 어딜 가도 대가족들 틈에서 괜히 눈길만 받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그냥가긴 아쉬워 꿋꿋하게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돌다가 무겁게 메고 간 필름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공원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찍은 사진으로 후에 학교 오픈스튜디오에서 전시도 했었는데 지금은 어딜 갔는지 필름을 못 찾는 것이 아쉽다. 그 많은 사람들 틈에서 찍은 사진이 얼마나 쓸쓸한 풍경들인지...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 때 내가 느꼈던 외로움이 가득 담긴 사진이었는데.

짧은 나들이 후 저녁에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얼마나 엄마아빠가 보고 싶었던지, 흐르는 눈물에 울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한 번도 명절을 혼자 보낸 적은 없다. 가는 길이 멀고 힘들어도 꼭 표를 예매해서 다녀왔고 그 과정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행복했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새로운 내 가족을 꾸린 지금 그 날의 서울숲을 생각하니, 내 딸은 그 날 내가 느꼈던 감정을 모르고 자랐으면 좋겠다 싶다. 살면서 많은 경험과 감정들을 느끼면서 배우는 것이 많겠지만 엄마 된 마음으로 딸이 굳이 그런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으면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도 그 날 혼자 있는 딸이 얼마나 마음이 쓰였을까? 엄마한테 또 미안해진다.

나의 처음이었고 유일한 ‘홀로 추석’ 의 기억은 그날이 무슨 날이었는지는 헷갈려도 그날의 서울숲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내 가족 아닌 다른 가족들 틈에서 처음 홀로 명절을 보냈던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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