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쓰다

(첫 혹은 유일)첫으로 시작하는 모든 것들이 유일이 되길......




사랑,만남,경험,눈......

‘첫’이란 접두사를‘설레임’이라는 말로 홀로서기가 가능하게 해주는 단어들이라고 말하면 억지일까? “첫”하면 떠오르는 낱말을 고작 첫사랑,첫만남,첫경험,첫눈 4개를 적어보며 ‘첫’과‘설레임’을 동일 시켜본다

그러고 보니 마흔여덟 되도록 수없이 많은 첫사랑을 해왔던 일, 수없이 많은 첫만남을 가졌던 일, 수없이 많은 첫경험을 해왔던 일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수없이 많이 맞았던 첫눈이 막연히 떠오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설레임으로 가득했던 날들이 ‘첫’이라는 이름으로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2006년,8월,14일 계획하지 않았던 셋째아이와의 첫만남을 가졌다. 아이가 늦게 생겨 마음고생이 심했던 내가 셋째까지 낳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 당연히 설레임 그 자체였을 거다. 그런데도 연년생이였던 5살,4살인 첫째,둘째를 이웃집 엄마들과 품앗이로 키우고 있었던 터라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고 솔직히 부담이 더 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첫째는 친정에서,둘째는 시댁에서 1년씩 돌때까지 봐주셔서 셋째까지는 더 이상 부탁을 드릴 염치가 없었다. 아니 친정과 시댁에서 봐주신다는 말이 모두 없으셔서 자연스럽게 당연히 나의 몫이 되었다고 말해야 맞을 것 같다. 당연한데도 이 당연함을 받아들이기까지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너무나 많이 힘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둘 데리고 즐겁게 하던 품앗이도 유지하기 어려워 이미 또 다른 손녀를 보고 계시느라 정신없는 친정은 말고, 잠깐이나마 맡길 수 있는 시댁근처라도 이사가야겠다는 큰 결심을 해야만 했다.

그해 11월! 드디어 20년 넘게 살았던 고향같은 지역을 떠나 성동구에 첫발을 디디게 되었다. 처음 얼마동안은 성동구 금호동에서의 생활이 익숙하지 않음으로 인해 남편이 출근을 하자마자 퇴근해서 돌아오길 목빠지게 기다리는 게 다반사였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던 그당시 세 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찾은 것이 도서관을 가는 일이였다. 한명은 손잡고, 한명은 유모차 태우고, 한명은 등에 업고, 아침부터 서둘러 간 곳이 바로 아파트를 끼고 있는 금호도서관이다.

아무리 가까워도 아이 셋과 외출을 하려면 준비가 여간 번거로운게 아닌지 알지만, 올망졸망 세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시간떼우기 딱이였기에 도서관으로의 외출이 무조건 1순위가 되었다. 잠든 셋째를 유아방에서 눕힐 때면 행여 깰까 살포시 내려놓고, 그때부터 5살,4살 아이들 책 읽어주기가 시작된다.

그러면서 주위에 혹시 또래맘이 없나 슬쩍슬쩍 살피곤 했다

세아이를 돌보면 하루가 정신없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지만,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들이 필요하듯 나에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아이들하고만 있다가는 육아에 지쳐 혹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힘겨울 때가 여러번 이었는데도 남편한테 왠지모르게 말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5살 아이가 뭘 안다고 옆에 두고 그런 심정을 하소연을 했으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뭔지 모를 감정으로 인해 짜증을 낸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서인지,탈출 하고싶어서 인지 한번 외출하려면 감수해야 할 많은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기계적으로 움직여 끝내곤 했다. 아이들 간식, 여벌옷, 갓난아기 기저귀등 가방에 있는대로 쑤셔넣 듯 다 넣으면 준비 끝~~~

이렇게 같은 또래를 두고 있는 엄마들과의 첫만남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만남을 도서관에서 갖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갈수록 도서관에 들르는 것 자체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를 솔솔 느끼게 해주었고, 육아문제도 의논 할 수있는 친구도 사귀게 하는 소통의 창구가 되어주었다. 수다의 달콤함을..그 무엇과 견줄 수 있으랴?....

그렇게 시작된 아이들과의 첫 도서관 나들이를 기점으로 눈만 뜨면 아이들 친구, 나의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도 친구들과 의논하여 같이 참여를 시키면서 더더욱 도서관과의 밀도를 좁혔다.



그렇게 1~2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이들 데리고 품앗이를 같이 할 정도로 마음 맞는 사람들을 제법 많이 만나고 사귀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 일정한 시간 풀어?놓고 나머지는 각자 개성과 능력을 살려 요리,미술 실험등 엄마선생님의 본격적 활동도 선보였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지금 생각 하면 그 만남을 엄마들이 더 기다리고 좋아하고 철저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금호 도서관과의 만남은 과다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모든 것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5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할무렵 나는 바로 금호도서관에 이력서를 내고 문화프로그램의 선생님이 되었다. 성동구에 와서 첫 직장 장소로, 뻔질라게 드나들었 던 금호 도서관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품앗이를 같이 했던 엄마들이며, 몇 년 동안 함께 했던 이웃들의 응원 속에 설레임으로 가득찬 부모님들과의 첫 브리핑이 있는 ,날 그동안 품앗이로 다져졌던 실력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가르칠 것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면서도 자신있게 어필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이된 세아이가 가끔씩 금호도서관에서 엄마와의 수업을 떠올리며 그때의 추억을 얘기 할 때면 난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어떤 이유든 열심히 산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며 진리인 듯 하다. 요즘 학교 창체 수업이며, 방과후 수업이며,마을일까지 하면서 세아이를 키우면서 남들이 보기에도 벅찰 것 같은 많은 일들을 하지만 다시금 꿈이 생겼다. 8년동안 일했던 첫 직장이였던 금호도서관으로 돌아가는 거다. 그리고 그곳이 내 기억속 유일한 행복의 공간으로 남길 희망해 본다.



이미경

조회 0회

© 2018 by 마디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