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쓰다

(첫 혹은 유일)다루도서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처음과 용기

처음 보는 이들과 빙 둘러 앉아 누군가는 먼저 말을 시작해야하는 상황, 가장 먼저 말을 꺼내본 적이 있나요? 처음 말을 걸고, 첫 걸음을 내딛고, 첫 사랑을 시작하는 것. 모두 처음이라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입니다. 그림책 속에도 많은 처음이 있지요.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아이 이야기를 담은 에마 앨런의 ‘나의 첫 책가방’과 같이 그림책은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미리 달래주기도 하고 힘이 되어 주기도 하지요. 어른에게는 또 다른 많은 처음들이 있지요. 보람찬 처음, 후회 없는 처음, 어딘가에는 상처로 자리 잡은 처음도 있겠지요. 나는 어떤 처음과 함께 해왔나요? 여기 용기를 담은 처음이 숨어있는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위를 봐요!> 글그림/정진호, 현암주니어

가족여행 중 사고를 당해 걸을 수 없게 된 수지. 수지는 매일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봅니다. 앞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까만 머리만 보여 마치 개미 같습니다. 강아지와 어울려 노는 아이들,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 수지는 늘 모두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지는 용기를 내 소리칩니다. “내가 여기에 있어요. 아무라도 좋으니.. 위를 봐요!” 수지의 목소리를 듣고 문득 위를 올려다본 한 소년. 수지가 다리가 불편해 내려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 어떻게 했을까요? 소년은 길바닥에 누워 수지를 바라봅니다. 길바닥에 누워있는 소년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지나가던 아주머니도 옆에 눕습니다. 이윽고 지나가던 연인도, 자전거도, 강아지와 아이도 길에 누워 수지를 봅니다. 그리고 수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위를 올려다보고 미소 짓습니다. 이 책에서의 처음을 찾으셨나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릅쓰고 무언가를 시작하기란 쉽지 않지요. 시작하는 용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우리는 충분히 시작하고 있나요?



<아무도 지나가지 마!> 글/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그림/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책공작소

이 그림책은 포르투갈에서 왔습니다. 표지 색은 알록달록한데 말에 탄 장군은 아무도 지나가지 말라고 무서운 표정으로 소리치고 있는 중이지요. 이 책은 펼치면 왼쪽, 오른쪽 페이지로 구분되는 책의 특성을 이용한 재미난 그림책이에요. 표지에 나온 장군이 한 병사에게 아무도 오른쪽 페이지로 지나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으라고 불호령을 내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병사는 분부대로 마을 사람들을 옆으로 지나가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계속 몰려들어 어느새 하얗던 왼쪽 페이지가 사람들로 꽉꽉 채워집니다. 항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큰소리치던 병사는 어느새 작은 목소리로 말을 더듬게 되지요. 바로 그때, 한 아이의 공이 통통통 오른쪽 페이지로 넘어가고 맙니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병사는 공을 잡으러 뛰어가는 아이들을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지나가는 것을 허락해줍니다. 사람들이 오른쪽 페이지로 거의 넘어갈 무렵 갑자기 장군이 나타나 병사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며 호통을 치지요. 불쌍한 병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처음에 사람들을 지나가게 해준 것을 후회하게 되진 않았을까요? 왜 장군은 오른쪽을 비워두라고 했을까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혹은 어려운, 나에게 와 닿는 처음은 무엇인가요? 뒷표지까지 재미난 이야기를 꾹꾹 담고 있는 책.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루도서관에 지금 첫 방문을 해보세요. :)




글 곽설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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