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쓰다

(우리동네 이야기)30년간 갈비 안파는 갈비집

  체부동에 있는 심리 인문 서점 ‘림’은 한 달 동안 딱 한권의 책만 판다. 이 한책서점 콘셉은 일본 ‘모리오카 서점’의 ‘하나의 방, 하나의 책’ 프로젝트에서 따왔다고 한다. 언론·출판계에서 일하는 젊은 지식인 13명이 만든 중국의 서점인 ‘단향공간’도 같은 컨셉이다. ‘림’의 공동대표인 이승욱대표는 “워낙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니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혼란스럽고, 책을 골라도 주마간산식으로 허겁지겁 읽어내기 급급한 경우가 많기에 한 달 동안 한 권만 제대로 읽자는 의미로 이러한 사업컨셉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는 비단 책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오후 12시 우리는 그 어떤 업무에서보다 다도 심각해진다. 어떻게 무엇을 할지 결정내리기 어려운 그것, 바로 점심식사 메뉴. 200조원에 육박하는 식품·외식산업 규모, 66만개의 식당, 비록 회사 근처 식당으로 한정한다 해도 메뉴가 너무 많다. 게다가 외국 음식들의 점유율이 높아지다 보니 점점 메뉴가 어려워진다. 요즘 집밥먹기도 힘든데 왜 밖에는 그렇게 발음도 어려운 음식점들만 점점 늘어나는지 참.   이러한 걱정을 단번에 날려줄 식당이 있다. 성수1가 1동 경동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경동갈비! 이 곳은 메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간판이 ‘경동갈비’지만 갈비는 팔지 않는다. 대신 여기선 30년 숙성시켜온 집밥을 판다. 딱 요일별 메뉴 하나씩 딱 5 종류만.


태극기를 연상시키는 빨간 색과 파란 색의 간판

사장님은 부끄러움도 웃음도 많으시다. 손도 크시다. 실제 손은 작으신데, 음식을 집어주실 때면 거인의 손이 된다. 대학시절 대기업에서 만든 교내식당의 아주머니들은 동그랑땡 다섯 개를 집어 식판에는 3개를 내려놓는 사라짐의 마술을 보여줬다면 경동갈비 사장님은 어느새 우리 곁에 살폿이 서서 반찬을 더 내려놓는다. 그것도 메인 반찬을. 떡 5개와 생선 2마리로 오천명을 먹이셨다는 예수님의 그 이적처럼 보통 2인분은 예사로 먹어치우는 나를 메뉴 하나로 배불리는 그 놀라운 능력.   아직 놀랄 일이 더 남아있다. 경동갈비는 점심식사만 한다. 아 물론 사장님 친구가 놀러오면 오후 네 시 넘어서까지도 장사를 한다. 하지만 성수동에 사는 사장님의 손자가 보챌 때면 가게 문을 일찍 닫는다. 여기선 욕망도 탐욕도 없다. 겉으로만 보이는 친절도 없다. 와우, 그냥 다 진짜다.


자 이건 ‘경동갈비에서의 점심식사’라는 긴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사진이다. 앞으로 리필될 반찬이 더 많다. 생선을 포함해서.

  사실 경동갈비에서는 처음에는 갈비를 팔았다. 예전 사장님은 갈비집으로 재미를 좀 보셨다고 했다. 지금 사장님이 이 가게를 인수하신 다음 얼마동안에도 갈비메뉴가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의 남편이 지병으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 메뉴를 바꾸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갈비는 저녁메뉴이고 술도 빠질 수 없고,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 터. 사장님은 그때부터 남편 병간호도, 손자들 돌보는 일도 식당일도 해냈다고 했다. 그저 담담하게 웃으면서.   나 역시 웃으며 듣다가 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놓칠 뻔했다. 30대 젊은 나도 퇴근하면 대충 씻고 침대를 끌어않고 있는데 말이다. 씹고 있던 호박나물 맛이 달라보였다. 그래도 식당을 운영하면서 버는 돈으로 손자들 용돈도 주고 한다며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신다. 70이 넘으셨다지만 미소만은 여전히 소녀같다. 요새 일이 바빠서 즐거운 일이 별로 없었지만 덕택에 나도 아주 약간은 더 행복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대신 ‘또 올게요’라고 말했다. 나 역시 진짜다.


사진찍기 부끄러우셔서 나물다듬던 바구니로 자체 모자이크 처리하신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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