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동쓰다

4호_편집자 이야기


첫은 만들 수 있다.

끝은 첫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모든 첫을 가진 존재들은 유일하다.


이번 호의 주제는 ‘첫 혹은 유일’입니다. ‘첫’으로 생각을 해보니, 첫사랑도 떠오릅니다. ‘처음처럼’은 이제 소주 이름처럼 들리지만, 그 마음은 귀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첫은 선지자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으로 태어나 이후에 두 번째, 세 번째 것들의 길잡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언젠가 끝도 있을 것이겠구요. 그렇게 존재를 이어가는 동안, 그것은 그 자신에게는 유일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첫은 자연스레 유일과도 어울리는 것입니다.

지난 4월 21일께 경기도 고양 우보농장에 가서 볍씨 열여덟 종을 얻어왔습니다. 노인도, 대춘도, 돼지찰, 무주도, 백석, 백석찰, 버들벼, 북흑조, 숙나, 여명, 올뭇개, 은조, 적토미, 청송도, 충북흑미, 우리 토종볍씨들입니다. 이들 종자는 물론 방아를 찧거나 정미를 통해 ‘쌀’이 되어 밥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그곳에 모인 전국의 농부들처럼, 제 목표는 그걸 ‘씨앗’으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동네 숲 ‘서울숲’에서 논을 내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터에서 키워 우리 볍씨를 열배, 백배, 천배로 수확해 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일은 제게 첫 벼농사 농부의 과제를 준 것입니다.


성수동에 와서 사람들이 놀라는 것 중의 하나는 자전거입니다. 어린이서부터 학생들, 아주머니들과 어르신들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죠. 어디든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평지 덕입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뚝섬둘레길로 나서거나, 중랑천쪽 송정제방길로 가면 한강과 중랑천으로 이어지는 토끼굴(육갑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전거 타고 여행이 언제든 가능한 곳이 성수동입니다.


지난 5월 5일에는 한강상류를 따라 올랐습니다. 춘천까지, 북한강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성수동 제4갑문(트리마제 아파트 옆)으로부터 춘천 신매대교까지는 약 100킬로미터의 길입니다. 이 길은, 한강과 북한강이 팔당댐, 청평댐, 의암댐, 춘천댐, 소양강댐 등으로 막히기 전까지는 뗏목이 흘러왔던 길입니다. 뚝섬나루터에서 뗏목을 해체해 판 뒤엔, 여러 생필품을 이고지고 해서 다시 물길을 따라 올라갔던 길이겠죠. 종착점과 시작점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동네의 갤러리 오매에서 두 명의 작가들을 만났습니다. 도파민전은 그 시작부터 흥성스러웠습니다. 전시는 다양하고 풍부한 형식과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의 첫 개인전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이만큼이 가능하지?’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삼십여 회의 단체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오매갤러리에서 장소를 주고, 밥도 해주고, 지원을 해주어 작업실이 곧 전시실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작가 만욱은 평범하고 소심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혼자 해외여행을 감행했습니다. 그걸 책으로 냈지요. 자신의 출판사에서요. 작업실도 내고, 큰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전시를 했습니다. 작가로 변신한 것입니다. 그것은 또 어떻게 가능했을지 궁금했습니다. ‘모든 걸 내려놨죠. 그러자 빈 자리에 채워진 것은 주로 그림과 글과 관계되는 것들이었어요.’ 시작을 할 수 있는 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성수동쓰다는 동네 잡지입니다. ‘동네잡지’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적지 않습니다. 동네에 대해, 동네 사람들이, 동네를 위하여 만든다는 쉬운 답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동네의 어느 것을 다루어야 할까요? 이 작은 동네 성수동에만도 4개의 동이 있고, 초등학교 중학교도 4개, 고등학교도 세 개나 됩니다. 지난해 6월 30일 기준, 성수동 주민은 16,895명이고, 가게와 상점도 피고집니다. 역사와 문화와 예술과 사회와 경제도 끊임없이 돌고 도는데요.


그저 소박하게 성수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그게 꼭 우리 모두와 연관되는 큰 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성수동 사람들이, 아니 꼭 성수동 사람이라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 다른 지역이들이라도 함께 성수동을 보고 느끼고 공부한 것을 씁니다. 꼭 성수동에 대한 것이 아니어도 됩니다. 내가 사는 곳의 일상을, 내가 사는 곳의 문화를 이전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의미는 그 자체로 충분할 것입니다. 시작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유지하는 것, 그것은 참 보기에 좋은 일입니다.



성수동쓰다 편집장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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